한국영화박물관

한국영화의 모든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보물창고

기증된 영화유산

약한영웅 class 1


  • 감독 유수민
  • 원작 서패스 김진석
  • 각본 유수민
  • 프로듀서 박태원, 김명진
  • 촬영 김영국
  • 편집 박민선
  • 음악 프라이머리
  • 의상 신지영
  • 출연 박지훈, 최현욱, 홍경, 이연, 신승호
  • 제작사 플레이리스트(주)
상위 1% 모범생 연시은이 처음으로 친구가 된 수호, 범석과 함께 수많은 폭력에 맞서나가는 과정을 그린 약한 소년의 강한 액션 성장 드라마 (출처 : 네이버)

플레이리스트(주) 기증 <약한영웅 class 1> 의상
연시은 역(박지훈) 의상 연시은 역(박지훈) 의상
안수호 역(최현욱) 의상 안수호 역(최현욱) 의상
오범석 역(홍경) 의상 오범석 역(홍경) 의상

신지영 의상감독 인터뷰
지난 10월 첫 공개한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약한영웅 Class 1>은 최근 좀처럼 보기 힘든, 완성도 높은 학원물이다. 연시은(박지훈), 수호(최현욱), 범석(홍경) 등 각기 다른 사연과 성격을 가진 고등학생 세 친구에게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서 그들의 일상과 관계에 균열이 생기는 이야기다. 교실을 배경으로 한 청춘물인데도 각각의 캐릭터들이 개성 있고, 젊은 배우들이 캐릭터를 안정적으로 잘 구축한 까닭에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정주행할만큼 몰입도가 높다. <러브픽션>(2011) <베를린>(2012) <남자가 사랑할 ?>(2013) <나의 사랑 나의 신부>(2014) <암수살인>(2017) <아이 캔 스피크>(2017) <걸캅스>(2018) 등 다양한 장르 영화에서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의상을 만들어온 신지영 의상감독의 의상도 많은 관객이 세 등장인물에 이입하는데 한몫했다.
김성훈
<약한영웅 Class 1>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이야기가 어땠나.
신지영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이렇게 이야기 완성도가 높은 학원물은 처음이었다. 한번만에 읽혔는데, 평소 웹툰을 즐겨보는 편이 아닌데도 원작 웹툰이 궁금해져서 찾아서 연달아 보았다.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 원작까지 찾아보았다고 말씀드렸다. 영화 작업을 오랫동안 해왔던 까닭에 시리즈는 영화와 호흡이 다른 매체지만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하고 싶다고 제안을 수락했다. 아무래도 요즘은 영화보다 시리즈가 많이 제작되기도 하니까.
김성훈
이 시리즈는 연시은(박지훈), 수호(최현욱), 범석(홍경) 등 고등학생 친구 세명이 주인공인 학원물이다. 교복이라는 통일된 의상을 통해 제각기 다른 캐릭터를 드러내야 한다는 점에서 의상감독으로서 어떤 도전이 될 거라고 보았나.
신지영
도전하겠다 같은 거창한 각오보다는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합류하고 싶었는데, 나중에 캐스팅된 배우들을 전달 받았을 때 이 시리즈의 캐릭터에 너무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배우들의 전작을 다 챙겨보진 못했지만, 그들이 가진 이미지가 있지 않나, 그 이미지를 잘 활용해 캐스팅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원물이라 교복이라는 통일된 의상을 입더라도 약간의 아이템이나 설정을 변주하면, 배우 특유의 이미지에 따라 캐릭터를 드러낼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을 했고, 그런 부분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김성훈
인물 의상의 전반적인 컨셉은 무엇이었나.
신지영
유수민 감독, 세 편을 함께 작업한 안지혜 미술감독과 함께 시각적인 컨셉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 받으면서 캐릭터 설정을 쌓아갔다. 학원물이다보니 교복이 중요했는데, 요즘 드라마나 영화에는 예쁘고, 디자인이 많이 들어간 교복들이 있지 않나. 그런 톤보다는 사실적이고, 남고 느낌이 났으면 좋겠다 싶었다. 배우들이 워낙 멋진 친구들이라 교복은 정말 사실적이고 평범한 느낌을 보여주는 게 중요했다.
김성훈
하복 교복으로 설정했던데.
신지영
하복이 입기는 편한데 스타일링을 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장르가 액션물이라 하복이면 액션신을 찍을 때 팔목 보호대를 숨길만한 데가 없다. 액션 영화를 찍을 때 긴팔 설정을 하는 것도 배우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다. 하복이면 의상 안에 보호대를 덧대는 게 우려여서 시간적 배경을 초여름으로 설정해 교복 겉에 자켓, 외투 같은 설정을 시도할 수 있게 했다.
김성훈
각각의 인물 의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여쭙고 싶다. 일단, 연시은(박지훈)은 교복 안에 흰색 티셔츠를 배치해 모범생 이미지를 강조하려고 한 것 같다.
신지영
연시은은 극중에서 마르고, 부러질 것 같은 이미지를 가진 캐릭터다. 하지만 배우 박지훈씨는 실제로 몸이 되게 좋고, 운동으로 만든 근육도 있다. 미술감독님, 감독님과 함께 연시은이 정말 마르고, 연약해보였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표현할지 많은 고민을 나눴다. 원래 체격보다 좀 더 큰 사이즈의 후드티를 설정한 것도 액션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동시에 연약한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서다. 높이가 낮은 신발, 채도가 낮은 티셔츠를 설정하되, 수호, 범석과 친해지면서 조금씩 채도를 높이는 식으로 의상에 변화를 주었다. 그러면서 캐릭터도 덩달아 입체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거였다.
김성훈
이 시리즈에서 수호(최현욱)의 의상이 가장 다채로웠던 것 같다. 배달 노동자인 까닭에 교복 위에 바람막이를 입기도 하고, 교복 안에는 붉은색 티셔츠를 입어 강렬한 인상을 보여주기도 했고. 반팔 티셔츠 소매를 돌돌 말아올리기도 하고, 추리닝 차림을 선보이기도 하다.
신지영
반팔 티셔츠를 돌돌 말아올린 스타일링은 배우 본인이 스타일링에 대한 센스가 있다. 수호가 운동을 해왔던 캐릭터라 기본적인 반팔 티셔츠의 소매 부분을 돌돌 말아올린 거다. 의상감독으로서 수호 피팅이 수월했던 건 배우의 체격이 워낙 좋아서 무엇을 입더라도 잘 소화를 시키기 때문이다. 감독님과 논의한 결과, 여러 벌을 갈아입는 보통 드라마와 달리 이 시리즈에서 수호 의상은 추리닝이든 바람막이든 임팩트 있게 보여줄 수 있는 의상 한두가지 정도만 돌려입는 것으로 설정하기로 했다.
김성훈
어쩌면 수호가 의상감독 입장에선 작업하기 자유로운 캐릭터였을 것 같다.
신지영
사실 그보다 많이 준비했는데 워낙 소화를 잘해서 못 입힌 의상도 많아 아까운 게 좀 있다. (웃음) 이 옷, 저 옷 여러 벌 입히고 싶었는데 사실적으로 풀어가야 하는 이야기다보니 보통 드라마처럼 매 시퀀스 옷을 갈아입는 건 또 말이 안되고. 수호는 옷을 입힐 때마다 재미있었다.
김성훈
무엇보다 집이 부자인 연시은, 범석과 달리 수호는 경제활동을 하는 고등학생이라 본인이 직접 옷을 구매했을 것 같고, 배달 일을 하기 때문에 바람막이도 필요했을 것 같다. 수호가 입은 의상들이 다 설득되더라.
신지영
나이키 운동화 하나를 설정하더라도 수호가 할머니와 단둘이 살아가는 학생이라 나이키를 신어도 될까 고민이 많았다. 그럼에도 나이키를 신긴 건, 나이키가 가격이 싸진 않지만 대중적인 브랜드고, 고등학생이지만 경제 활동을 하고 있어서 나이키 하나 정도는 사서 신을 수 있다고 의상팀장에게 설득했다. 녹색이 들어간 바람막이도 감독님이 마음에 들어하셨고, 교복 안에 붉은색 티셔츠는 미술감독과 함께 캐릭터마다 컬러를 넣어보자 해서 넣었다. 수호가 가장 활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인물이라 붉은색과 잘 어울렸다. 이 또한 배우가 의상을 잘 소화한 덕분이다.
김성훈
범석(홍경)은 교복 위에 가디건을 입는 설정이고, 배우에게 안경을 쓰게 했는데.
신지영
범석은 부유한 집 자식이지만, 사연이 있지 않나. 범석은 자신이 직접 옷을 구매하진 않았을 것 같고, 그 집에서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좋은 옷을 사입혔을 것 같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린 적 있다. 일반적인 고등학생들이 입는 옷보다는 좀 더 좋은 소재의 브랜드를 입었을 것 같다고도 홍경 배우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김성훈
홍경 배우가 안경을 쓴 것도 인상적이었다.
신지영
배우가 주문한대로 소화를 잘 하는 것 같다. 피팅할 때 안경을 쓰고 막 나온 홍경을 보자마자 진짜 범석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니까.
김성훈
학교 교실이 주요 공간인만큼 등장인물이 많은데, 학생들마다 조금씩 다른 설정들을 넣는 게 관건이었을 것 같다.
신지영
고정적으로 출연하는 캐릭터들이 있지 않나. 그중에서 반장을 뽑았고, 배우들에게 전달할 사항이 있으면 연출부를 통해 전달했다. 촬영장에선 아침마다 옷을 다 입힌 뒤, 슬리퍼, 신발, 티셔츠를 조금씩 변주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김성훈
<약한영웅 Class 1> 제작진을 대표해 의상을 한국영상자료원에 기증해주신 소감을 부탁드린다.
신지영
지난 20년 동안 영화, 드라마를 작업했는데 이런 기회를 통해 기증할 수 있게 돼 좋은 것 같다. 여전히 보관 중인 의상도 있지만, 주연배우나 메인 캐릭터의 의상은 사실 재활용조차 쉽지 않다. 버리기도 애매하고, 배우에게 준 경우도 더러 있고, 제작사에 반납하는 경우도 있고. 이런 캠페인을 통해 내가 작업한 의상들이 영구 보존된다고 하니 의미도 있고, 기분도 좋은 것 같다.
글 김성훈(<씨네21> 기자) / 사진 김성백(스튜디오 '오늘의 나' 작가) / 편집 이주영(한국영상자료원 수집카탈로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