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거래>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의상감독으로서 어떤 도전이 될 거라고 생각했나.
안지현
평범한 청춘들의 모습을 생활감 있고 리얼하게 보여지게 하는 것이 과제였고 3명이 늘 함께 하는데 각 인물들이 조화로우면서도 각 인물들의 캐릭터를 차별되게 보여지게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납치 가해자와 피해자의 차별적인 모습도 컨셉을 잡을 때 큰 과제로 중점을 두었다.
김성훈
각각의 인물 의상을 설계할 때 참조했던 이미지나 영감을 받았던 레퍼런스가 있나.
안지현
브리티쉬 캐주얼과 요즘 국내 트렌드를 반영했다.
김성훈
유승호씨가 연기한 준성 역할은 청남방 겉에 짙은 색의 후드 자켓을 입은 설정인데, 준성을 어떤 인물로 해석했고, 준성의 의상을 설계할 때 어떤 고민을 했는지 궁금하다.
안지현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상황을 충분히 보여주고자 입대 전에 구입했던 의상들이라는 설정을 잡아 어두운 톤으로 트렌디하지 않은면서 스테디하고 베이직한 아이템들로 기획했다. 또 추운 겨울이지만 목이 드러나고 어떠한 방한용품 없이 얇은 의상들을 레이어드하여서 따듯하게 입은 민우의 무스탕 점퍼와 대비되는 모습도 보여주고 민우 납치 후에 재효집에서 한 착장으로 여러날을 보낼 때 한겹씩 벗으면서 지루해 보이지 않게 컨셉을 잡았다. 마침 요즘 트렌드인 빈티지하면서 루즈한 핏들과 부합되어 촌스럽지 않게 연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김성훈
김동휘가 맡은 재효는 청바지, 후드티, 과잠(공식 명칭이 맞나요?) 등 반듯한 스타일인데. 재효는 어떤 인물로 보았고, 이런 컨셉으로 설계한 이유가 무엇인가.
안지현
과점퍼로 대학생 신분을 각인 시키고 체크 패턴남방, 후드와 같은 너드남(nerd) 스타일로 컨셉을 잡았고 김동휘 배우의 단정한 이미지와 어울리게 기획했다. 모범생처럼 보이지만 납치를 주도하는 반전을 보이는데도 주력해서 고민했다.
김성훈
유수빈씨가 연기한 인질 민우는 친구들 때문에 인질 노릇을 하게 되어 고생을 많이 하는 캐릭터인데, 게다가 부잣집 아들이라는 설정도 있고. 민우 의상을 설계할 때 어떤 고민을 했나. 상세한 설명 부탁드린다.
안지현
부잣집 아들이자 납치를 당하게 되는 인물로 추위에도 따듯해 보이는 무스탕 점퍼를 설정하여서 얇고 숨이 죽은 패딩 점퍼를 입은 준성, 유니폼 같은 과점퍼를 입은 재효와 상반되게 보여주고 싶었고, 조끼를 세팅하여서 결박상태에서 점점 초라해지는 모습을 단계별로 보여지게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준성, 재효 보다 밝은 톤으로 차별도 되면서 깨끗했던 모습이 결박 중에 점점 오염되어 가는 모습도 나타나 낼 수 있게 했다.
김성훈
되돌아보면 <거래>는 안지현 의상감독에게 어떤 의미의 작품인가.
안지현
처음 제안을 받고 대본을 읽었을 때의 납치스릴러라는 신선함이 기억나고 웨이브와 이정곤 감독님, 그리고 세 배우 모두 처음 하는 작업이었는데 젊은 감각과 현장 분위기도 좋았고 무엇보다 좋은 결과를 나타내게 되어서 좋다.
김성훈
개인적인 질문도 몇 가지 여쭙고 싶다. 변혁 감독의 2000년도작품 <인터뷰>(<질주>(1999)라는 작품이 먼저인 것 같기도 하고요)로 영화 의상 일을 하신 것 같은데(팩트가 맞나요?), 어떤 계기로 영화 의상 일을 하게 됐나.
안지현
저의 첫 영화 데뷔는 1999년도 질주(이상인 감독)이 맞습니다. 인터뷰(변혁 감독)은 두 번째 작품이다. 제가 한 작품들 중 최근 대표작은 뷰티인사이드(백종열 감독), 콜(이충현 감독), 독전2(백종열 감독)이며, 미술을 전공하고 영화에 관심이 많아 영화 의상일을 하게 되었다.
김성훈
현재까지 많은 영화, 시리즈 작업을 하면서 여러 의미로 기억에 남는 영화 속 의상 세 가지만 꼽아달라.
안지현
(1)뷰티인사이드-이수(한효주 배우) : 빈티지 가구들과 배칭되는 코트와 니트들 (2) 콜-영숙(전종서 배우) : 서태지 광팬으로 서태지 시그니처 의상인 스트라이프 티셔츠 및 광적인 캐릭터성에 부합되는 의상들 (3) 거래 - 준성, 재효 민우(유승호, 김동휘, 유수빈) : 세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의 의상들.
김성훈
한국영상자료원 수집캠페인에 참여한 소감을 말씀 부탁드린다.
안지현
고민 끝에 제안하고 준비했던 의상들이 전시되는 것이 정말 기쁘고 감사하다. 영화 의상을 하면서 기억에 크게 남는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