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수 의상감독 인터뷰
또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 2, 3, 4편 내리 천만 관객을 연속으로 동원한 <범죄도시>는 한국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가 됐다. 남지수 의상감독은 1편부터 최근의 4편까지 시리즈 모두 참여한 유일한 키스탭이다. 프랜차이즈 특유의 일관된 컨셉을 보여주되, 관객들이 식상함을 느끼지 않도록 변주하는 게 <범죄도시4>의 관건이었다. 이번에도 한국영상자료원 영화유산 수집캠페인에 기증한 남지수 의상감독과 <범죄도시4>의 의상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성훈
<범죄도시4>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어땠나.
남지수
<범죄도시>는 시리즈를 진행하는 작품이라 매 시리즈 형사와 범죄자라는 공통된 설정이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제각기 다르다. 이번 영화 또한 전편에 비해 사실감이라든가 캐릭터라든가 여러모로 업그레이드됐다고 생각했다.
김성훈
전편 전부 의상감독으로 참여했던 까닭에 전편과 또 다른 결과물을 보여주는 게 관건이었을 것 같다. 프리 프로덕션 때 허명행 감독과 영화 속 의상 컨셉에 대해 어떤 얘기를 나눴나.
남지수
허명행 감독님과 오래 전부터 인연이 있었고, 그만큼 함께 작업한 작품도 많아서 감독님께서 의상과 분장의 전체적인 컨셉을 믿고 맡겨주셨다. 의상 피팅 또한 한번만에 컨펌이 났을 정도로 허명행 감독, 배우들과 호흡이 좋았다.
김성훈
주인공 마석도(마동석) 형사는 퍼 카라가 달린 자켓, 카도 바지 차림이 메인 의상인데 이렇게 설계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남지수
매편 마석도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 많았다. 점점 더 진화하는 형사의 느낌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야기 속 계절 배경이 겨울이었던 반면, 범죄자들의 주요 공간인 필리핀은 무더운 여름이라 형사와 범죄자를 상반되게 표현하고 싶었다. 딱딱해 보이는 가죽, 멋스러운 퍼가 달린 마피아 보스의 느낌을 주려고 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김성훈
이번 영화의 빌런은 백창기(김무열), 장동철(이동휘) 두 명이다. 백창기와 장동철의 의상을 설계할 때 고민했던 건 무엇인가
남지수
백창기가 필리핀에서 입은 의상은 더운 여름 날씨에 많이 입는 린넨 원단을 선택했다. 린넨이라는 원단이 편안해보이는 동시에 구겨지면 구겨지는대로 멋지고, 물기에 젖으면 속이 다 보여서 멋스러운 스타일링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영화의 초반부 액션 시퀀스에서 밝은 계열의 색을 이용해 땀과 피가 묻어 백창기의 강하면서도 섹시한 모습을 잘 표현할 수 있었다. 백창기가 한국에서 입는 의상은 추운 겨울을 보여주는 느낌을 연출해 하프 더블 코트에 비니 모자를 활용했다. 카라의 깃을 세워 강렬함과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평범해 보이기도 하겠지만, 용병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김성훈
이동휘가 연기한 장동철은 어떻게 보여주고 싶었나.
남지수
이동휘 배우가 아이디어가 많았다. 영화에서 장동철은 톰 브라운 브랜드만 입고 등장한다. 톰 브라운은 고가의 명품룩이지만, 아는 사람만 아는 명품 브랜드로도 유명하다. 극 중에서 독특한 성격을 지닌 장동철은 한가지에 꽂혀 어린이처럼 톰 브라운만 고집하는 설정으로 캐릭터를 설계했다. 아이 같고, 부유한 이미지를 표현하는데 적합한 스타일링이다.
김성훈
장동철이 톰 브라운을 입는다면 박지환 배우가 맡은 장이수는 구찌 브랜드를 입고 등장하는데.
남지수
매 시리즈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박지환 배우는 별도의 미팅 없이 피팅을 진행할 만큼 척하면 척이다. 박지환 배우는 ‘나는 (남)지수만 믿어. 항상 하라는대로 할 거야’라고 말할 만큼 의상팀과 분장팀을 신뢰한다. 전편에서 행방이 없어서 장이수를 임팩트있게 보여주고 싶었다. <범죄도시2>에서 장이수는 ‘내 누군지 아니? 장첸이야’라고 말할만큼 허세가 있었고, 그 허세를 바탕으로 장이수는 장첸을 우러러 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첸처럼 긴 가발과 비비드한 칼라감을 권한 것도 그래서다.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면서 포르쉐를 탈만큼 돈을 많이 벌어서 당연히 명품 정도는 입어야 할 것 같아서 구찌를 선택하게 됐다. 여러 명품 브랜드가 있었지만 장이수에게 어울릴만한, 비비드 컬러감이 있는 스타일의 구찌 말이다. 박지환 배우는 스탭들이 캐릭터를 만들어주면 그 캐릭터를 십분 활용하는 스타일의 배우라 이번에도 그러한 설정을 잘 살렸다.
남지수
하반기에 <허들>과 <쇼타씨의 마지막 출장>을 작업하고 있다. 그리고 12지신을 슈퍼 히어로로 풀어가는 <트웰브>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