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Night and the city. The night is tonight, tomorrow night... or any night. The city is London."

런던 밑바닥을 굴러다니는 미국인 사기꾼 해리 페이비언. 항상 빚쟁이에게 쫓기는 신세임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돈을 벌고 싶은 욕심을 버리지 못한다. 어느 날 그는 레슬링 업계에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기회를 찾아 달려들지만, 그의 맹목적 야망으로 인해 목숨까지 위태로워진다.

1940년대 후반에 공산주의 동조자로 지목되어 블랙리스트에 오른 줄스 다신 감독이 영국으로 추방당한 후 만든 느와르 명작. 이때 다신 감독이 불안감에 휩싸여 도망 다니는 영국의 미국인에 대한 영화를 만들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다. 전후 클래식 느와르 장르의 근본적인 요소인 '밤'과 '도시'를 제목에 언급할 만큼 그림자를 강조하는 로키 조명(low-key lighting)과 밀실 공포증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카메라 앵글을 활용하여 야간의 런던은 주인공을 삼켜 먹을 듯한 불길한 존재로 표현한다. 1948년작 <네이키드 시티>로 로케이션 촬영에 대한 감각을 발휘한 다신 감독은 그 방식을 런던에 적용했는데, 그 결과로 피카딜리 서커스(Piccadilly Circus), 트라팔가 광장(Trafalgar Square), 임뱅크먼트(Embankment) 등 많은 런던의 대표적 공간이 선보인다. 당시 제작된 영화 중 센트럴 런던이 가장 화면에 잘 담겨진 영화 중 하나라고 취급할 수 있을 정도로 진정한 '런던영화'다.

영화는 편집과 음악의 차이가 나는 미국개봉판과 영국개봉판이 존재하는데, 이번 상영은 국내 최초로 미국개봉판을 상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