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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의 후예
Descendants of Cain
해방 이듬해의 평안도 양지골. 해방 후 처음 맞는 3·1절 경축잔치로 흥청대는 마을에 보안소장(장동휘)이 이끄는 조선 노동당 간부들이 도착한다. 이들 중에는 6년 전 아내 오작녀(문희)를 두고 마을을 떠났다가 순안 민청위원장이 된 최도 끼어 있다. 이들은 존경 받아온 지주의 아들 박훈(김진규)이 세운 하당의 현판을 떼고 토지개혁에 착수한다. 농민위원장이 살해당하자 노동당은 박훈이 살인 혐의자에게 반동사상이 담긴 책을 빌려주었다며 그에게 살인 사주 혐의를 뒤집어 씌우고, 박훈 집안의 소작농들을 관리하던 마름 도섭 영감(박노식)은 시대가 바뀌자 노동당원이 되어 숙청 사업의 선봉에 선다. 황순원 작가가 1953년《문예》지에 연재한 장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카인의 후예>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은 유현목 감독의 수작이다. 영화 속에서 악역으로 등장하는 최가(최봉)와 도섭 영감(박노식)은 선악이라는 단순한 구도를 교묘히 흔들며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그들의 악행은 관객에게 분노를 안기지만, 어느새 인간적인 연민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인물의 모순적 내면과 섬세한 감정 묘사는 이 영화의 가장 돋보이는 지점이다.
2025.07.01.화 19:00 시네마테크KOFA 2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