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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계단
The Devil's Stairway
병원 사람들의 눈을 피해 간호사 진숙(문정숙)과 비밀 연애 중인 외과의사 현광호(김진규)는 병원장의 딸 정자(방성자)의 적극적인 구애와 병원 승계 제안에 차츰 흔들리기 시작한다. 진숙은 자신이 살아 있는 한 원장 딸과는 결혼할 수 없다며 맞서고, 광호와의 실랑이 끝에 병원 계단에서 떨어져 크게 다친다. 이후 진숙 대신 병원장 딸과의 결혼을 선택한 광호 주변을 둘러싸고 기묘한 사건들이 이어진다.
세기상사가 외화 수입업에서 영화 제작으로 발을 넓히며 선보인 첫 번째 한국영화로, 개봉 당시 “추리영화의 격을 올린 대담한 작품”이라는 평가와 함께 주목을 받았다. 공간의 구도를 인물의 심리와 권력 관계의 역학을 드러내는 매개로 전환한 작품으로, 이후 이만희 감독이 연출한 <원점>에서의 계단 이미지 사용과 비교하며 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람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