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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초월한 영화작가, 이만희 50주기전

기간: 2025.09.04.목 ~ 09.13.토 |장소: 시네마테크KO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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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초월한 영화작가, 이만희 50주기전 대표 이미지

이만희 감독이 향년 4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지 50년이 흘렀다. 그가 이 땅에 발 붙이고 살아 온 시간보다도 더 긴 세월이 지났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그의 영화를 기억하고 꺼내어 본다. 반백년의 시차를 넘어 그의 영화가 지속적으로 소환되는 이유를 무엇일까. ‘시대를 초월한 영화작가, 이만희 50주기전’은 바로 그 물음에서부터 시작한다.

"당신은 포탄 속을 묵묵히 포복하는 병사들 편이었고, 좌절을 알면서도 인간의 길을 가는 연인들 편이었고, 그리고 폭력이 미워 강한 힘을 길러야 했던 젊은이의 편이었다."
소설가 김승옥이 이만희 감독의 묘비에 남긴 글귀는 이만희와 그의 영화에 대한 많은 것을 일러준다.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하자마자 입대한 만 열여덟 살의 이만희 감독은 5년간 통신병으로 근무하며 한국전쟁의 한 가운데를 경험한다. 그는 이후 존재감을 영화계에 각인시킨 출세작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을 시작으로 < YMS 504의 수병 >(1963), <7인의 여포로(돌아온 여군)>(1965), <군번없는 용사>(1966), <냉과 열>(1967), <얼룩무늬의 사나이>(1967), <싸리골의 신화>(1967), <여로>(1968), <창공에 산다>(1968), <04:00 -1950- >(1972), <들국화는 피었는데>(1974)까지 총 11편에 이르는 전쟁영화를 찍는다. 연출작 51편 중 5분의 1에 해당하는 11편이 전쟁영화라는 점은 이만희 감독에게 전쟁이 얼마나 큰 사건이었는지를 짐작하게끔 한다. 참전으로 인해 불구가 된 남편과의 삶을 지속하는 <귀로>(1967)의 지연, 전후세대로서 “전쟁터에 나가는 기분”을 말하는 <휴일>(1968)의 허욱과 같이 전쟁을 직접적인 배경으로 삼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의 영화에서 전쟁은 주요한 소재이자 빼놓을 수 없는 모티프로 등장한다. 이만희 감독은 1964년 <7인의 여포로>가 반공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고초를 당한 이후에도 반공일변도의 프로파간다 영화가 아닌 반전(反戰)에 중점을 둔 작품들로 필모그래피를 수놓으며 전장에서 몸소 겪은 메시지를 자신만의 어휘로 구현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비문의 다음 구절이 전하듯이 이만희의 영화에는 ‘좌절할 것을 알면서도 인간의 길을 가는 연인’들과 ‘폭력이 미워 강한 힘을 길러야 했던 젊은이’들이 주요하게 등장한다. 전자와 후자는 모두 허무보다 사랑을 택하는 이들이라는 점에서 서로 포개어진다.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이 하염없이 길을 헤매이는 이유 또한 사랑 때문이다. 도시의 분주한 거리 또는 거친 산길을 배회하는 <귀로>, <태양닮은 소녀>(1974), <휴일>, <원점>(1967)의 인물들은 이미 지나갔거나, 새로 다가오거나, 이제 떠나야만 하는 인연을 따라 걷고 또 걷는다. <삼포가는 길>(1975)과 <물레방아>(1966)의 부초들은 사랑으로 살 용기를 얻어가고, 그로 인해 목숨을 끊기도 하며 <흑룡강>(1965), <잊을 수 없는 연인>(1966), <만추>(1966)에 앞서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모티프로 하는 <검은 머리>(1964)에서는 "애정 없는 삶이 죽음보다 가치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 주인공까지 그의 영화에는 사랑이 가득하다. 연인을 페르소나로 삼아 그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나갔던 이만희 감독에게 영화 - 삶 - 사랑은 모두 같은 이름이었다. 영화를 구상할 때면 거울 속 자신을 보고 인물들의 표정과 리듬을 고민했다던 이만희 감독은 본인 스스로가 포탄 속을 묵묵히 포복하는 병사이자, 좌절을 알면서도 인간의 길을 가는 연인이자 폭력이 미워 강한 힘을 길러야 했던 젊은이였던 것이다.

영화사가 이영일은 이만희를 떠올리며 "영화감독이라는 직능적 재능에 능숙한 사람들에 비해서 분명한 작가의식이 더했다는 점에서 구별되었다"고 회고하곤 했다. 그를 포함하여 1960-70년대를 함께 지나온 많은 영화인들은 이만희 감독을 한국의 영화 작가로 호명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역사의 후광이 덧입혀지기 전, 동시대의 공기를 함께 겪어왔기에 야박할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도 이만희 감독은 "한국의 영화작가 가운데서 선배와 현역을 통틀어 몇 사람 안 되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자 "분명히 자신의 영화작가로서의 세계를 보여줄 수 있었던 사람"으로 기억된다. 검열을 피하기 위해 추가한 분량에서조차 자신만의 인장을 남긴 <삼포가는 길>의 결말에서도 볼 수 있듯이, 당시 산업과 제도의 이중적 압박 사이에서 이만희는 불가피한 제약에 순응하기 보다 독자적인 영화 언어 실험으로 구속을 돌파해낸 영화작가였다.
‘시대를 초월한 영화작가, 이만희 50주기전’은 그의 작품들을 이미 평가를 멈춘 정전의 위치에만 두지 않으려 한다. 먼저 <휴일>에 대한 백결 시나리오 작가와 조준형 선임연구원의 대담을 시작으로 <돌아오지 않는 해병> 상영 이후 이혜영 배우와 황민진 시네마테크KOFA 프로그래머의 대담 및 구술 낭독이 진행된다. 또한 오승욱 감독의 "<귀로>: 그 길 위의 감정들", 김지운 감독과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의 "<쇠사슬을 끊어라>: 한국식 웨스턴의 풍경", <태양닮은 소녀> 상영 이후 금동현 영화사연구자, 나원영 대중음악평론가의 "이만희와 청춘들: 끝에서 두 번째 세계", 신은실, 김예솔비 평론가의 "<물레방아>: 낯섦과 어긋남" 대담과 더불어 박유희 영화사연구자의 "살부(殺父)의 윤리와 핍진성의 기율: <군번없는 용사>" 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기획전을 통해 이만희라는 영화 작가가 비밀스럽게 남겨놓은 수많은 자취 중에서 50년의 세월 동안 누락되었던 여백을 다시금 채워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 돌아오지 않는 해병 (4K)
    이만희 1963년 110분 D-Cinema(4K)
  • 마의 계단
    이만희 1964년 110분 D-Cinema
  • 검은 머리
    이만희 1964년 108분 D-Cinema
  • 군번없는 용사 (4K)
    이만희 1966년 121분 D-Cinema(4K)
  • 물레방아 (4K)
    이만희 1966년 92분 D-Cinema(4K)
  • 원점 (4K)
    이만희 1967년 97분 D-Cinema(4K)
  • 귀로 (4K)
    이만희 1967년 90분 D-Cinema(4K)
  • 개막식+휴일 (4K)
    이만희 1968년 73분 D-Cinema(4K)
  • 암살자 (35mm)
    이만희 1968년 78분 35mm
  • 쇠사슬을 끊어라 (4K)
    이만희 1971년 98분 D-Cinema(4K)
  • 04:00 -1950- (4K)
    이만희 1972년 89분 D-Cinema(4K)
  • 0시(영시) (35mm)
    이만희 1972년 99분 35mm
  • 들국화는 피었는데
    이만희 1974년 102분 D-Cinema
  • 태양닮은 소녀 (4K)
    이만희 1974년 78분 D-Cinema(4K)
  • 삼각의 함정
    이만희 1974년 85분 D-Cinema
  • 삼포가는 길 (4K)
    이만희 1975년 100분 D-Cinema(4K)

이벤트


[개막식]

* 일시: 9월 4일(목) 14:30
* 개막작: <휴일>(이만희, 1968) 4K 복원판

[시네토크]
* 9월 4일(목) 14:30 개막식 및 <휴일> 상영 후
- 참석자: 백결 시나리오 작가, 조준형 학예연구팀 선임연구원
* 9월 4일(목) 18:30 <돌아오지 않는 해병> 상영 후
- 참석자: 이혜영 배우, 황민진 시네마테크KOFA 프로그래머
* 9월 6일(토) 13:30 <귀로> 상영 후
- 참석자: 오승욱 감독
* 9월 6일(토) 17:00 <쇠사슬을 끊어라> 상영 후
- 참석자: 김지운 감독,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 9월 12일(금) 18:30 <태양닮은 소녀> 상영 후
- 참석자: 금동현 영화사연구자, 나원영 대중음악 비평가
* 9월 13일(토) 17:00 <물레방아> 상영 후
- 참석자: 신은실 평론가, 김예솔비 평론가

[강연]
* 일시: 9월 13일(토) 13:00 <군번없는 용사> 상영 후
* 강연명: 살부(殺父)의 윤리와 핍진성의 기율: <군번없는 용사>
* 강연자: 박유희(영화사연구자/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