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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점 (4K)
The Starting Point
산업 스파이 석구(신성일)는 임무 수행 중 사람을 죽이게 되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이를 눈치챈 조직은 그를 제거하기 위해 설악산 관광을 가장한 함정을 꾸민다. 한편 밤거리 생활에서 벗어나 미장원을 차리고 싶어 하던 선(문희)은 큰 보수를 약속받고 이 계획에 가담해 석구의 가짜 신부 역할을 맡게 된다. 설악산 여행길에 오르며 신혼부부로 위장한 두 사람에게는 단 3일간의 시간이 주어진다.
“소재빈곤(素材貧困)의 방화계(邦畵界)에 던진 이색(異色) 애정영화(愛情映畵)”. 1967년 6월, 신문의 한 면을 장식한 광고 문구와 같이 <원점>은 공개 당시 ‘애절한 사랑’을 담은 애정 영화로 소개되었다. 관객을 유인키 위해 멜로 드라마를 앞에 내세웠지만, 이와 함께 산업 스파이 세계의 치밀한 스릴러, 깎아지른 산세의 독창적인 액션을 원숙하게 주조한 이만희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산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수직 구도를 활용하여, 서로를 사랑하지만 표현할 수 없었던 젊은 연인의 애수와 서로를 죽여야 사는 숙명적 관계 사이의 긴장감을 극한으로 끌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