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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는 피었는데
The Wild Flowers in the Battle Field
1950년 6월 24일 토요일, 의정부의 한 군부대와 근처 마을의 풍경이 펼쳐진다. 태극기를 애인처럼 여길 만큼 투철한 애국심을 지닌 중대장 현대위(신성일)의 지휘 아래, 부대원들은 외박과 휴가에 들떠 있다. 모두가 토요일 밤의 한가로움을 만끽하던 그날 새벽, 갑작스러운 북한군의 공격이 시작된다. 평화롭던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고, 미래를 꿈꾸던 젊은 장병들은 군화 아래 들꽃처럼 짓밟히며 쓰러져 간다.
임권택 감독의 <증언>(1973)과 함께 영화진흥공사에서 제작한 6.25 국책 영화 시리즈 중 한 편이다. “영화 작가로서 단순한 전쟁 영화란 한계를 뛰어넘으려고 한다”는 포부를 밝힌 이만희 감독은 반공보다는 반전의 메시지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연출 방향성이 당시의 국책 반공영화 논리와 충돌하면서 전면 개작 판정이 내려졌고 문공부와 갈등을 빚던 이만희 감독은 결국 최종 편집권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남아있는 상영본과 심의대본에서도 상이한 지점을 찾을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