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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The Man with Three Coffins
어느 겨울, 순석(김명곤)은 3년 전 죽은 아내의 유골을 뿌리기 위해 강원도로 향한다. 길 위에서 그는 빈사 상태의 노인과 그의 간호사 미세스 최(이보희)를 만나고, 휴전선 너머 북쪽이 고향인 노인이 “가능한 한 북쪽 가까이”에서 죽고 싶어 한다는 사정을 듣는다. 순석은 도움을 거절하지만, 여행 중 그와 관계한 두 명의 여성이 잇따라 죽는 사건을 겪은 뒤 노인과 미세스 최를 다시 찾아 나선다.
이제하의 동명 소설(1985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을 바탕으로 한 이장호 감독의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는 로드무비의 외피를 빌리되, 분단과 상실을 정면으로 설명하기보다 환영과 예언, 무속의 기운이 떠도는 감각으로 우회해 건드린다. 이장호 감독은 원작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기보다 감각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더 유리하다고 여겼고, 이제하의 글쓰기를 ‘자동기술’에 비유한 바 있다. 그 연장선에서 촬영 역시 즉흥과 직감에 기대어 진행됐다. 미리 고정된 플롯의 매끈함보다 현장의 선택을 따라가는 이 방식은 결과적으로 인과의 명료함과 서사의 몰입을 흔들어 놓는다.
2026.01.22.목 16:00 시네마테크KOFA 2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