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테크KOFA

영화가 있는 곳, 영화를 만나는 곳, 영화가 당신을 기다리는 곳

지난 프로그램

로베르 브레송 전

기간: 2010.08.03.화 ~ 08.11.수 |장소: 시네마테크KOFA 1관

로베르 브레송 전 대표 이미지

로베르 브레송 전

배우가 아닌 무표정한 얼굴의 ‘모델들’의 연기, 사운드의 독특한 사용, 얀센주의의 영향, 속죄와 구원의 문제, 죽음으로 치닫는 절망과 차가운 물질사회에 대한 냉정한 시선, 브레송의 영화들을 논할 때 떠다니는 핵심어들이다. 그의 영화는 95분이 넘지 않는데도 벌써 머리를 옥죄는 단어들- 속죄, 구원, 죽음, 초월성 등-만큼 무겁고 몸을 힘들게 만든다.

“「소매치기」 어떻든?”대화가 끊기자 장익이 낮에 본 영화 이야기를 꺼냈다. 오후에 만나 우리는 재개봉관에서 프랑스 영화 「소매치기」를 보았다. 로베르 브레송이 「저항」에서 보여준 특이한 소재 선택과 리얼한 묘사력에 감동한 바 있어 나는 이번 영화도 기대했는데, 기대만큼 실망하고 말았다.......“난 잔느의 무표정에 반했어. 연기 없는 연기, 그게 힘든 연기야. 하찮은 일에 질금거리거나 깔깔대는 요즘 계집애들에 비해선, 엄청난 비극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담담한 표정이 연기파답잖아?”.....“영화가 뭐 그래? 난 졸았어. 네가 옆구리 치지 않았다면 내내 잤을 끼라.”.....“그래서 말인데, 놈이 임종 앞둔 어머니를 찾아 빈민가 낡은 아파트의 컴컴한 계단을 오를 때, 놈을 보던 잔느의 무표정한 얼굴 봤지? 침입자를 보던 잔느의 공허한 그 큰 눈을 아무렇지 않게 보아 넘겼다면 심히 유감인걸........”

소설가 김원일이 1967년 한 달 동안 자신의 이십대 이야기를 급조해 『현대문학』에 투고하여 상을 받은 <어둠의 축제>에 나오는 구절이다. 놀랍게도 60년대 후반 문학과 예술을 논했던 청년들은 브레송의 영화를 재미없어 하기도 했고 그 특이한 소재와 리얼한 묘사력에 감동받기도 했으며 무표정한 여배우의 얼굴에 반하기도 했다. 얼마 전 한 선생이 말했듯이 영화에 대한 경험과 기억은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브레송의 영화를 지금 상영하는 것은 “미니멀리즘적 형식을 통해 존재의 신비감을 극대화하는 초월적인 스타일”을 이야기하고자 함이 아니다. 여타 감독들과 확실히 다른 영화 13편을 50여년에 걸쳐 만들었던 한 감독의 작품을 보면서 자신만의 언어로 그 영화를 기억할 수 있는 ‘영화적 경험/체험’의 기회가 되었으면 해서이다.

나는 「소매치기」를 주인공 미셸이 아름다운 잔느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포개며 ‘당신에게 이르기 위해 얼마나 기이한 길을 걸어왔는가’라는 대사를 읊는 마지막 장면으로 기억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브레송의 「소매치기」에 대한 내 기억은 지극히 신파조인 것이다.

기간: 8월 3일(화) ~ 11일(수)
장소: 시네마테크KOFA 1관
주최: 한국영상자료원
후원: 주한 프랑스문화원

  • 불로뉴 숲의 여인들
    로베르 브레송 1945년 86분 35mm
  • 소매치기
    로베르 브레송 1959년 75분 디지베타
  • 당나귀 발타자르
    로베르 브레송 1966년 95분 35mm
  • 호수의 랑스로
    로베르 브레송 1974년 85분 35mm
  • 로베르 브레송 1983년 85분 35mm
  • 아마도 악마가
    로베르 브레송 1977년 95분 35mm
  • 무셰트
    로베르 브레송 1967년 78분 35mm
  • 잔다르크의 재판
    로베르 브레송 1962년 65분 디지베타
  • 사형수 탈주하다
    로베르 브레송 1956년 99분 35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