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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FA [영화와 공간: 아일랜드] 프로그래머의 픽! 2024.03.14 2558
[영화와 공간: 아일랜드] 기획전 라인업 중 특별히 토요일에 관람할 수 있는 상영작 묶음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각각의 테마가 있어 함께 보면 좋은 작품들을 프로그래머의 픽을 통해 추천한다.

 

#1
3월 23일(토)
12:00 코리아 KOREA (카탈 블랙, 1995)
15:00 떠오르는 태양과 마주할 수 있게 THAT THEY MAY FACE THE RISING SUN (팻 콜린스, 2023)
18:00 말없는 소녀 THE QUIET GIRL (콤 바이레드, 2022)

테마:
#소설원작 #아일랜드시골 #존맥가헌 #클레어키건 

첫 번째 토요일 상영은 아일랜드 유명 소설가의 작품들을 원작으로 하며, 아일랜드 시골의 풍경을 잘 보여주는 영화들이다.

<코리아><떠오르는 태양과 마주할 수 있게>는 존 맥가헌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이번에 아시아에서 최초로 상영한다. <코리아>는 1950년대 초반 미국으로 이주한 젊은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한국의 전쟁터로 보내지던 시대를 그린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 살던 어느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갈등을 중심으로 다루며, 아일랜드 독립전쟁과 내전이 남긴 비극적 유산을 잘 보여준다. 배우 앤드류 스캇의 데뷔작. 

<떠오르는 태양과 마주할 수 있게>는 존 맥가헌의 마지막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어느 부부가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 안에서 이웃과 어울리며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는데, 따뜻한 느낌을 주는 영화다. 맥가헌 작가는 ”최고의 삶은 조용한 삶이다. 하루를 보내는 우리의 차분한 여정이 방해받지 않는 삶. 크게 달라질 것 없이도 일상의 소중함이 전부인 삶.“라고 자서전에 썼는데, 팻 콜린스 감독은 이 철학에 준수하여 조용한 삶이란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탐구한다. 

마지막으로 <말없는 소녀>는 최근에 국내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클레어 키건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키건은 현세대의 맥가헌이라고 호평받기 때문에 두 작가의 이야기를 모아 보는 것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가난한 소녀와 그녀를 여름 동안 돌본 친척 부부간 싹트는 아름다운 정을 다룬다.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후보가 된 최초의 아일랜드영화. <말없는 소녀>는 아일랜드 고유의 언어로 선보이는 작품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영화계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2
3월 30일(토)
12:00 디스 아더 에덴 THIS OTHER EDEN (뮤리엘 박스, 1959)
15:00 메이브 MAEVE (팻 머피, 1984)
18:00 그라뉴웨일의 외침 THE CRY OF GRANUAILE (도날 포먼, 2022)

테마:
#여성 #역사 #국내최초상영

두 번째 토요일 상영은 여성을 테마로 하는 아일랜드영화 세 편이며, 모두 국내 최초 상영한다.

<디스 아더 에덴>은 영국 출신 감독 뮤리엘 박스 연출작이자 여성감독이 연출한 최초의 아일랜드 영화다. 당시 아일랜드와 연관된 다양한 주제(이민, 독립전쟁과 내전의 유산, 카톨릭 교회의 영향력 등)를 유머스럽게 다루는 코미디다.

<메이브>는 퍼스트 웨이브 영화인 중 대표 여성감독 팻 머피의 데뷔작이다. 아일랜드의 첫 여성주의 영화로 인정받은 이 작품은 북아일랜드 분쟁(더 트러블스)을 민족주의 틀을 벗어나 여성의 관점으로 바라본다. 저예산 독립영화로 제작되어 16mm 필름으로 촬영되었으며, 최초로 더 트러블스 도중에 벨파스트 현지에서 찍은 극영화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라뉴웨일의 아침>은 아일랜드 독립영화감독 도날 포먼의 최근작이다. 아일랜드의 전설적인 해적 여왕에 대한 영화를 준비 중인 영화감독과 그녀의 가이드 간의 우정을 다룬다. 창조를 통해 역사 속 여성을 소환하는 행위의 의미와 가치성을 탐구한다. 이 작품도 역시 16mm 필름으로 촬영되었는데, 필름 질감이 영화에 중요한 미학적 요소를 더한다. 

 

#3
4월 6일(토)
12:00 아담과 폴 ADAM & PAUL (레니 에이브러햄슨, 2004)
15:00 갈보리 CALVARY (존 마이클 맥도나, 2014)
18:00 이니셰린의 밴시 THE BANSHEES OF INISHERIN (마틴 맥도나, 2022)

테마:
#블랙코미디 #절망 #레니에이브러햄슨 #맥도나형제

마지막 토요일 상영은 아일랜드 대표 영화감독 연출 블랙코미디 영화 세 편이다.

아시아 최초로 상영하는 <아담과 폴>은 <프랭크>와 <룸>으로 국내에서 극찬을 받은 레니 에이브러햄슨 감독의 데뷔작이다. 헤로인 중독자 두 명의 처참한 하루를 묘사하며, 허무주의 속 코미디를 발굴하는 작품이다. 사무엘 베케트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를 현대 더블린 배경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느껴진다.

<갈보리>는 마틴 맥도나의 형제인 존 마이클 맥도나 감독 연출작이다. 고해성사 중 신자에게서 일주일 후 당신을 죽이겠다는 말을 들은 신부를 그린 작품. 포스트-천주교 성직자 성스캔들을 묘사하며, 고난에 빠진 듯한 세상 속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려는 한 신부의 여정을 그린다.

마지막으로 마틴 맥도나의 <이니셰린의 밴시>는 많은 관객이 들어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두 명의 절친 중 한 명이 절교를 선언하자 불어오는 후폭풍을 그린 블랙코미디. 아일랜드 내전을 배경으로 하지만, 단순히 두 친구의 관계를 내전과 직접적으로 비유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보다 이 영화는 내전에 대한 현재 아일랜드의 시선을 그린 듯하다. <마이클 콜린스>는 아일랜드의 일부 독립을 위한 영국과의 타협은 불가피했다고 주장하고,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은 영국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이 진정한 자유를 찾는 길이었다고 선언한다면, <이니셰린의 밴시>는 이 이데올로기 전쟁에 대한 현대인의 무관심을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일상생활에서 누리는 즐거움과 허무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만 존재하는 세상인 이니셰린에서는 바다 건너 진행되는 전쟁이 실감 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최영진
프로그래머
한국영상자료원
공공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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