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모아 문화를 만드는 곳
제목 | 작성일 | 조회 |
---|---|---|
기관소식 [뉴스레터] <둥글고 둥글게>, ‘지금 여기’의 관객이 ‘그때 거기’로 | 2020.11.30 | 1348 |
![]() 검은 화면에 타오르는 촛불. 수 분 동안 타오르던 촛불이 꺼지고 그 연기와 그을음이 화면을 채우면서 비로소 <둥글고 둥글게 Round and Around>가 시작된다. 한국영상자료원이 올해 518민주화운동 40년을 맞이하여 아티스트 장민승, 정재일과 함께 아카이빙 자료를 활용해 제작한 시청각 프로젝트인 <둥글고 둥글게>가 지난 11월 28일(토) 광주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그 베일을 벗었다. ![]() 고백하자면, 연출을 맡은 장민승 작가로부터 이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 쉽사리 와닿지 않았다. 영상과 음악을 활용하여 공연장이라는 시공간에 배치함으로써 관객이 1980년대 한국사회를 되돌아보는 ‘시청각 체험 공간’을 제공한다는 그의 말이 머릿속에서 금방 재현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하지만 공연장 좌석에 앉아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설명이 너무도 적확했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 <둥글고 둥글게>는 한국정책방송원, 국가기록원,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등으로부터 다양한 이미지와 영상 자료를 모아 영상화하는 것은 물론 (구)광주국군병원과 (구)광주교도소, 잠실올림픽 경기장 등 1980년대의 역사적 공간의 현재를 촬영해 1979년 부마민주항쟁부터 1988년 서울올림픽까지 한국 현대사의 기억과 흔적을 포착한다. 아카이빙 푸티지를 활용한 영상과 함께 정재일 음악감독이 구약 성경 시편에 기반하여 작곡한 오케스트라와 라틴어 합창곡이 덧입혀지고, 조명과 스모그 등 무대 연출이 가미되면서 <둥글고 둥글게>는 단순히 푸티지를 활용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아닌 관객이 한국의 현대사를 시청각적 감각으로 체험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 부마민주항쟁부터 518민주화운동, 6월민주항쟁까지 대한민국 민주화의 역사를 포착한 장면에선 객석을 향해 취조실의 백열등과 같은 강한 조명을 비추며 지금 여기의 관객을 과거의 아픈 현장으로 이끈다. 그리고 이제는 잡목이 우거진 폐허가 된 옛 광주국군병원과 광주교도소의 현재 풍광 위로 정재일 음악감독의 오케스트라와 국악이 접목된 마치 진혼곡과도 같은 음악이 흐른다. 그러다 갑자기 LED 화면은 암전되고 무대 위 작은 조명이 하나씩 하나씩 켜지기 시작한다. 무대 위 뿌연 스모그와 함께 수십 개의 조명이 켜지는 이 순간은 마치 조금 전의 영상 속 폐허에서 걸어 나온 영령이 지금 관객과 함께 하는 듯하다. ![]() 자료원은 한국영화와 인접 예술 분야를 접목해 독창적인 영상 콘텐츠를 창작하여 더욱 적극적인 방식으로 활용하고 재해석해왔다. 2008년 현존하는 최고(最古) 영화 <청춘의 십자로>(1934, 안종화)를 변사와 연극, 현대적 음악 연주로 재해석한 복합공연으로 국내는 물론 런던, 뉴욕, 베를린 등 국제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 후 사운드가 유실된 채 발굴된 최초의 한국-홍콩 합작영화 <이국정원>(1957, 전창근/도광계/와카스기 미쓰오)을 라이브 더빙으로 새롭게 창작한 공연과 <성춘향>(1961, 신상옥)을 판소리와 일렉트로닉 변주로 현대적 감각을 입힌 <필름 판소리, 춘향> 등을 꾸준히 제작하며 자료원만의 고유한 특성을 반영한 콘텐츠를 선보여 왔다. ![]() 이번 <둥글고 둥글게>는 장르의 경계를 뛰어넘는 예술적 감각으로 자신만의 영상 세계를 구축해 온 장민승 감독과 대중음악은 물론 영화, 공연, 전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방위적 활동을 펼치며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해온 정재일 음악감독과 함께했다. 어릴 적 록음악을 하며 만나 올해로 25년 지기인 두 사람은 2009년 옛 기무사령부 터에서 열린 <A. Intermission> 전시를 시작으로 시각과 청각을 비롯한 공감각적 경험을 선사하는 <상림>, <더 모먼츠>, <오버 데어> 등을 협업하며 문화예술계와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과 자극을 주곤 했다. 자료원은 이런 두 사람과 함께 기존의 극영화 중심의 활용을 넘어 시청각 아카이빙 자료를 음악과 전시의 형태로 융합한 과감한 방식의 체험형 영상 콘텐츠로 기획, 제작하여 한국 현대사 및 영화사적 기록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그 가치를 재발견하고자 한다. ![]() 지난 28일(토) 광주에서 첫선을 보인 <둥글고 둥글게>는 12월 5일(토) 오후 2시와 6시에 자료원 시네마테크KOFA에서 관객과 만난다. 이번 상영은 시네마테크KOFA 극장 환경에 맞게 조명과 스모그 등 공연/전시적 요소는 배제한 변형된 버전이지만, LED 화면과 별도의 사운드 장비를 활용한 오디오 비쥬얼 프로젝트로 기존 극장과는 다른 느낌의 관람 체험을 제공할 것이다. 12월 3일(목) 낮 12시부터 자료원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예매 가능하며, ‘코로나 19’ 확산 방지로 인해 아쉽게도 연출을 맡은 장민승 작가와 정재일 음악감독과의 관객과의 대화는 사전 녹화되어 12월 둘째 주에 자료원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둥글고 둥글게> 12월 5일(토) 예매 바로가기 <둥글고 둥글게> 티저 영상 감상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