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이 기획하고 블루키노가 제작한 32번째 블루레이 타이틀. 한국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홍길동>(1967)과 <호피와 차돌바위>(1967)를 담은 '신동헌 애니메이션 컬렉션'을 블루레이로 출시한다.

한국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인 <홍길동>은 신동헌 감독의 동생인 신동우 화백이 <<소년조선일보>>에 연재하던 <풍운아 홍길동>을 원안으로 한 셀(cel)애니메이션 작품이다. <홍길동>은 개봉 당시 크게 흥행하여 한국영화계에 애니메이션 제작 붐을 일으켰으며, 제6회 대종상 비(非)극영화, 문화영화 작품상을 수상하였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홍길동> 필름이 사라져 한동안 영화를 직접 볼 수 없었다. 개봉 후 40년이 지난 2007년 일본에서 필름이 발굴되어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수집, 디지털화를 거쳐 2008년 대중에 공개하였다. <홍길동>은 인물의 상황과 감정을, 그림자를 활용해 표현주의적으로 연출하였고, 해골들이 굿거리장단, 트위스트 리듬으로 편곡된 아리랑에 맞춰 춤을 추는 등 동시대 작품에서 느끼기 힘든 새로운 감각을 만들어 내는 작품임이 확인되었다. <호피와 차돌바위>는 <홍길동>과 같은 해 선보인 작품으로 세기상사와의 갈등으로 '홍길동' 캐릭터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 신동헌 감독이 <홍길동>에 출연했던 '차돌바위'와 새로운 캐릭터 '호피'를 주인공으로 한 속편이다. 전작과 달리 호피, 차돌바위, 곰쇠 캐릭터간의 개성과 조화를 강조한 작품으로 특히 전통적 영웅에서 비켜나간 호피의 반(反)영웅적 면모는 작품에 현대성을 더해준다.

한국영상자료원은 2016년 필름을 디지털화하여 동명의 DVD를 출시한 바 있으나, 이번 블루레이는 2021년 심화 복원을 거쳐 한층 원본에 가깝게 재현된 영상을 담았다. 영화의 오프닝 크레디트를 살펴보면 DVD와의 차이점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DVD에 있던 일본어 크레디트와 영화 설명을 지우고, 완전히 유실된 한국 개봉판 크레디트를 재구성하였다.

블루레이는 이전에 출시했던 DVD에 수록된 연상호 감독과 나호원 평론가의 <홍길동> 코멘터리, 신동헌 감독의 구술 인터뷰를 포함해 '한국 고전 애니메이션의 재해석'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노경무, 김보솔 감독과 허남웅 평론가가 <홍길동>, <호피와 차돌바위> 심화복원 버전을 대상으로 한 코멘터리를 새롭게 녹음하였다. 감독들은 후대 애니메이터로서 50여 년 전 제작된 작품이 지니고 있는 현대성에 관해 설명하였다. 소책자엔 나호원 평론가가 영화의 주요 장면들을 중심로 영화가 이룩한 미학적 성취에 관해 설명하고 있으며, 김기호 한국영상자료원 선임연구원은 셀 애니메이션 복원에 담긴 지난한 과정과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더불어, 한국 초기 애니메이션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신동헌 감독이 국립영화제작소에서 만든 문화영화를 포함해 극 구조를 갖춘 애니메이션의 시작을 파악할 수 있는 <개미와 배짱이> 등의 작품을 수록하였고, <홍길동> 제작의 시발점이자 최초로 징글(Jingle)이 활용된 <진로소주> 파라다이스 편을 수록해 소장 가치를 더하였다.

<홍길동>, <호피와 차돌바위>는 1960년대 열악했던 애니메이션 제작 여건 속에서 신동헌 감독의 노력으로 일궈낸 한국영화의 소중한 유산임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