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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80주년 특별전: 스크린으로 인화된 해방의 빛

기간: 2025.08.12.화 ~ 08.16.토 |장소: 시네마테크KOFA 2관

  • 강연
광복 80주년 특별전: 스크린으로 인화된 해방의 빛 대표 이미지

1945년 8월 15일 광복의 순간은 한반도에 빛처럼 도래했지만, 그것은 단순히 환희의 언어로만 포착할 수 없는 복합적인 사건이었다. 일제로부터의 해방은 분명 어둠을 걷어내는 일이었지만 빛의 가장자리에는 극심한 혼란과 긴장이 함께 존재했다. 정부 수립을 위한 정치적 급류 속에서 개인들은 가난과 상실, 낯선 감정을 느끼며 일상을 영위해 나가야 했다.

이번 기획전은 해방 이후 5년, 즉 1945년부터 1950년까지의 ‘해방공간’에서 제작된 영화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이 시기의 카메라는 단지 현실을 기록하는 도구가 아니라, 변화의 시간 속에서 감정과 욕망, 혼란과 희망을 스크린 위에 인화해낸 일종의 감각적 증언자였다. 서로 다른 형식의 영화들이 당시 한국 사회가 마주한 새로운 시간을 담아냈고 오늘날 우리는 그 영사된 장면들을 통해 해방기의 정서적 지형을 다시 응시할 수 있게 된다.

1946년 제작된 <해방 뉴-쓰>(1946)를 비롯해, 최근 KBS에서 발굴, 디지털화한 <대한민국 독립의 날>(1948),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 고 백범 김구 선생 국민장>(1949) 등은 해방 직후의 사회 풍경과 정치적 긴장, 그리고 군중의 표정과 언어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특히 '호수가 확인되지 않은 <해방 뉴-쓰>'는 1945년 항쟁과 좌우합작 논의를 둘러싼 정치적 파열을 길게 보도하며, 단순한 기록을 넘어 ‘국가’라는 추상적 개념이 어떻게 감정과 갈등 속에서 구성되어 갔는지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함께 상영되는 극영화들은 보다 서정적이고 은유적인 방식으로 당대 사회와 인물들의 내면을 포착한다. 최인규 감독의 ‘광복 3부작’ 중 두 편인 <자유만세>와 <독립전야>를 비롯해, 멜로드라마 장르의 <청춘행로(촌색시)>(1949), <마음의 고향>(1949), <해연>(1948)은 정치적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억압과 이별, 향수와 가족의 정서를 통해 그 시대의 고민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또한, 현재 필름이 불완전하게만 남아 있는 <푸른언덕>과 <안창남 비행사>는 복원되지 못한 상처를 안은 채, 단편적인 이미지로나마 그 시기의 정서를 증언한다.

이번 기획전은 단지 과거를 회고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해방기의 영화들이 ‘해방’을 어떻게 감각하고 구성했는지를 되묻는 자리이자, 그 시기의 영상 기록들이 어떻게 개인과 공동체의 감정을 빛으로 새겨냈는지를 살피는 시간이기도 하다. 국가 수립과 이념의 대립을 선전하는 도구가 아니라, 그 경계에서 몸과 표정, 말과 침묵으로 형상화된 감정의 풍경들은 지금의 관객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광복’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부대행사 
- 8월 12일(화) 18:30 <해연> 상영 후 한상언 영화사 연구자 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