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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과거형 아님, 지금 진행형 | 2025.04.30 | 655 |
추억은 과거형 아님, 지금 진행형
캐릭터로 미리 보는 한국영화박물관 기획 전시 ‘셀 위를 달려라, 길동!’ ![]() 안녕, 어린이 친구들! 한 장면도 놓치지 않으려고 눈을 크게 뜨던 그 어린이들! 지금은 다 커서 회사도 다니고, 부모가 된 친구들도 많겠지만 이번만큼은 잠깐 다시 그때처럼 불러도 괜찮겠지? 영상자료원 웹진 아카이뷰가 가정의 달을 맞아 한국 셀 애니메이션 주인공 12명을 한자리에 불렀어. 홍길동, 호피와 차돌바위, 손오공, 로보트 태권 V, 마루치 아라치, 원더공주, 똘이장군, 황금철인, 독고탁 그리고 둘리까지! 그 시절 마음속에 살던 주인공들이 이번엔 직접 자기 소개를 들려줄거래. 다시 어린이 친구로 돌아와 하나씩 만나보자! 아 그리고 이 반가운 얼굴들은 전시 '셀 위를 달려라, 길동!'에서도 만날 수 있어. 5월2일부터 8월30일까지 한국영화박물관에 있으니 언제든 놀러와 ('ㅅ') ![]() 황금철인 “황금으로 무장한 몸, 양심으로 채워진 마음! 요즘 관객들은 나를 보고 터미네이터, 아이언맨이 떠오른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내 이름은 우주를 다스리는 황금철인입니다. 소년한국일보에 내 이야기가 만화로 연재되면서 어린이들을 처음 만났지요. 영화에서는 어떤 사건이 펼쳐졌는지 들려줄게요. 별 따러 놀러온 소년 꾀돌이를 위해서 잔치도 열어주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우주 평화를 질투하는 그 놈의 사탄이 또 말썽을 피우더군요. 희망의 별을 파괴하다니, 게다가 내가 가진 초능력의 원천을 알아내기 위해 소녀 지영이의 아버지 한 박사를 가둬버렸다니! 사탄이 가장 무서워하는 ‘양심의 빛’으로 악당들을 혼내주려고 했답니다. 그런데 그게 만만치 않더군요. 내 힘의 원동력은 태양 광선인데, 사탄이 나를 거대하고 두꺼운 철 벽 안에 밀어 넣었거든요. 이 싸움이 어떻게 끝났을지 궁금하죠 이번 여정에는 꾀돌이와 곰, 지영이가 함께했어요. 착한 어린이들의 도움을 받아 사탄에 맞섰으니 너무 걱정 마시길!” ![]() 원더공주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안녕하세요 머나먼 우주의 외계 행성 파라왕국에서 온 저는 파라공주랍니다. 제가 지구에 도착해 처음 발 디딘 나라가 바로 한국이에요. 한국 사람인 남편을 따라 왔거든요. 제 남편 강동혁 중령은 우주선 조종사예요. 나라를 대표해 우주 탐사에 나섰는데, 우주를 제 손에 넣으려는 붉은 제국의 방해 때문에 그만 우주미아가 되고 만 거죠. 그런 그를 우리 파라왕국이 거둬줬고, 그는 공주인 저와 부부의 연을 맺게 되었어요. 고생 끝에 동혁씨의 고향 한국에 돌아왔는데 붉은 제국이 우릴 가만두지 않는 거 있죠! 그렇게 남편도 모르는 제 비밀이 세상에 드러날 때가 오고 말았어요. 저 파라공주의 또 다른 얼굴, 원더공주의 모습이 말이죠. 위기의 순간마다 초능력을 발휘해 착한 사람들을 악당들로부터 구해주는 원더공주가 저라는 것을, 남편도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어요. 여러분도 비밀로 해주겠어요 유현목 감독이 제작하고, 태권 V와 똘이 장군의 아빠이기도 한 김청기 감독이 연출한 내 이야기를 다 보고나면 ‘날아라~ 원더공주~’ 하고 흥얼거리게 될 거예요.” ![]() 둘리 “한국에서 제일로 유명한 공룡, 바로 나 둘리 아니겠어 그런데 2025년의 어린이들은 나를 모른다니 말도 안 돼! 다시 한 번 내 소개를 해야겠어. 나는 머나먼 남극의 빙산 조각에 실려 한강으로 떠내려 왔어. 철수와 영희가 나를 귀여운 인형으로 착각해 자기들 집에 데려간 거 있지. 철수와 영희의 아빠인 고길동 아저씨네 집에 얹혀사는 동안 쫓겨날 위기도 많았지만, 아기 희동이랑도 잘 놀아주고, 한식, 중식, 양식을 마스터한 솜씨로 가족들의 식사도 책임진 덕분에 꿋꿋이 서울 살이를 할 수 있었지. 친구들도 생겼어. 라스베가스 서커스에서 탈출한 또치, 깐따삐아에서 타임 코스모스를 타고 온 도우너, 마이클 잭슨 같은 스타를 꿈꾸는 마이콜! 우리는 모두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도우너의 타임 코스모스로 미래로 떠나려 했는데 웬걸! 타임 코스모스가 망가져서 다 같이 우주 미아가 되고 말았어. 무시무시한 가시 고기도 만나고, 핵충도 보고! 그러다 오랫동안 그리워한 얼굴도 마주한 이 얼음별 모험, 정말 재밌었는데! 나와 함께 추억해줄래” ![]() 독고탁 “천왕봉아 눈 떠라, 내가 왔도다~호서방아 포효마라, 내가 왔도다~” 즐겨부르는 노래로 내 소개를 하면 우수고교 야구부 에이스 독고탁이라고 해. 일찍이 어머니와 이혼한 아버지와 함께 강원도 깊은 산속에서 컸어. 낮에는 야구 국가대표 출신인 아버지로부터 야구를 배웠고, 밤에는 검정고시를 준비했어. “공을 던지는 게 아니라 마음을 던지는 거”라는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타자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공을 던지기 위해 용수철 같은 팔을 만들었고, 태그를 당하지 않기 위해 두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찬 채 산을 뛰어올랐어.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면서 산에서 내려왔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 덕분에 우수고 야구부에 들어갈 수 있었어. 야구 스타일로 치면 오타니 같은 이도류(투타를 겸비한 선수를 일컫는 말)인데 고교야구 선수권 대회에서 타율 9할6푼, 방어율 0.05을 기록했으니 오타니보다 실력이 더 좋다고 자부할 수 있어. 미국에서 돌아온 엄마가 보는 앞에서 우승하는 게 내 목표야. 독고탁 태양을 향해 던져라는 고 이상무 화백의 전설적인 인기만화를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이야. ![]() 로보트 태권V 나는 국산 로봇 중에서 가장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았다고 자부해. 나를 처음 세상에 알린 애니메이션인 로보트 태권 V가 1976년 7월24일 대한극장과 세기극장에서 개봉됐으니 내 나이가 짐작이 가지 나를 만든 사람은 김 박사님이야. 키는 56미터, 무게는 무려 1400톤, 파워는 895만 킬로와트야. 이순신 장군의 얼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는 얘기도 있어. 김 박사님이 옛 동료였던 카프 박사의 딸 메리로부터 죽임을 당하지 않았더라도 내가 세상의 빛을 볼 일은 없었을 거야. 김 박사님의 아들이자 세계 태권도 챔피언인 훈이가 조종하는 나는 지구와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해 붉은 별 군단에 맞섰어. 나는 회전 낙법, 중단 막기, 옆차기, 정권 찌르기, 돌려차기 등 우리 태권도를 그대로 구사해 태권 X, 레슬링 로봇, 검도 로봇 등 붉은 별 군단의 로봇을 차례로 박살냈어. 내가 출동할 때 흘러나오는 주제곡은 개봉 당시 많은 어린이들의 가슴을 뛰게 했어.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 V~”로 시작하는 이 주제곡은 가수 최호섭이 불렀는데 대한민국 최초의 애니메이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으로 기록됐어. 2007년 디지털로 복원돼 재개봉했어. ![]() 마루치와 아라치 “얘야, 네가 바로 며루치냐 며루치가 아니라 마루치다! 우리의 이름을 발음할 때 신중하길! 우린 며루치가 아닌 마루치, 그리고 아라치야. 마루치는 꼭대기를 뜻하는 순우리말에서 따왔고, 아루치는 아름다운 소녀란 뜻이지.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지어 주셨어. 산을 지키며 살던 우린 태권도 6단 ‘양 사범님’을 우연히 만나 서울로 왔어. 세계 제일의 ‘태권왕’이 되고 글공부를 하려고 말야. 우리에겐 다른 목표도 있어. 바로 할아버지를 죽인 원수 ‘파란 해골 13호’를 찾아내 복수하는 것! 얍! 산에선 정글북의 모글리 같던 우린 어느새 서울 멋쟁이가 다 됐어. 나 마루치는 딱 붙는 하늘색 티셔츠와 나팔바지를 입고 힘찬 발차기를 하지. 갈라진 턱에 짙은 눈썹과 구레나룻을 보면 고전 배우 남궁원이 떠오르겠지만 ‘태권동자’, 즉 아이란 걸 잊지 말아줘! 여기 아라치는 핑크 원피스에 넓은 하얀 벨트로 멋을 낸 뒤 핑크색 머리띠를 썼어. 가냘픈 목소리의 소녀지만 하늘을 무려 두 바퀴나 돌고 격파를 해낼 만큼 무공이 뛰어난 소녀란다. 인생은 ‘산전, 수전, 공중전’이라는데, 우린 태권도 정신으로 산전, 수전, 공중전에다 SF가 가미된 설전까지 펼치니 기대해 주길!” ![]() 똘이장군 “안녕, 난 반공의 아이콘 똘이장군이야. 제목 때문에 똘이장군 제3땅굴편을 트릴로지의 마지막 편으로 오해하지 말아줘. 똘이장군 제3땅굴편은 나 똘이가 첫 등장해 파란을 일으킨 작품이거든! 내 이야기는 시리즈(똘이장군 간첩잡는 똘이)로 제작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어. 주제곡을 담은 앨범이 10만장 넘게 팔렸다고 설명하면 내가 받은 사랑을 짐작할 수 있으려나 그 전설의 시작인 똘이장군 제3땅굴편은 악당 붉은 수령이 남한으로 침투하려고 세번째 땅굴을 파면서 벌어지는 얘기야. 나는 금강산에서 빨간 팬티 한장 입고 동물들과 명랑하게 살다가 친구 숙이를 통해 땅굴과 붉은 국가의 만행을 알게 돼. 불쌍한 숙이는 붉은 수령의 아들에게 바칠 산삼을 캐다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나를 만났지 뭐야. 악의 무리를 안 이상 나 똘이님이 가만 있을 수 없다! 두 주먹 불끈 쥐고 붉은 수령을 물리치러 간다! 아참, 본격적인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단편 나는 공산당을 고발한다도 볼 수 있으니 기대해. 반공이 시대의 슬로건이었던 점을 감안해줘. 단편을 함께 상영하는 구성이 픽사 애니메이션 같다고 픽사는 90년대 중반부터 장편과 단편을 함께 공개했지만, 이 몸은 78년생이라구. 에헴!” ![]() 손오공 “하하하. 이 몸은 72가지의 변신술을 부리고 구름을 타고 10만7천리를 한달음에 나는 손오공! 먼 옛날 돌에서 태어난 원숭이라고 하여 '돌원숭'이라고 불렸다가 원숭이 나라 왕이 된 뒤 스스로를 ‘아름다운 원숭이 왕’ 미후왕(美?王)이라 칭했었지. 아, 옛날이여! 원숭이 왕으론 만족할 수가 없던 이 몸 장생불사의 술법을 배우려 홀로 4대양 4대륙을 헤매길 10년. 비로소 뜻을 이루어 장생불사의 술법을 익혔노라. 그러나 교만하여 석가여래의 노여움을 사고 무거운 돌 아래 500년 동안이나 갇힌 신세였으니. 석가여래가 자비를 베풀면서 지금은 팔계, 오정과 함께 삼장법사님을 모시고 머나먼 천축국으로 향하는 중이라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애니메이션엔 여러 버전의 내가 있지만 박영일 감독 손에서 1968년에 태어난 손오공은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의 미학으로 기억될 걸세. 낡은 두루마리 실사 이미지에서 시작해 본격적인 애니메이션이 시작되면 화려한 컬러에 눈이 휘둥그레질 걸 내 장담하지. 시네마스코프 비율의 너른 스크린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는 내 발끝에서 반짝이는 별 조각들이 떨어진다네. 1968년 제7회 대종상영화제에서 문화영화 작품상을 받았다는 사실도 덧붙이며 이만 여정을 떠남세.” ![]() 홍길동 나랏일에 뜻이 있어도, 서자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로 벼슬길은커녕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라니. 나는 그 부당함 앞에서 침묵하지 않았소. 신분의 벽을 걷어차고, 백성을 위해 칼을 들었지. 불의 앞에선 물러섬이 없고, 어둠 속에서도 정의의 길을 꿰뚫어 본다네. ![]() 호피, 차돌바위 차돌바위, 다시 인사드려요! 홍길동 사부님 밑에서 열심히 검술 배우던 그 제자, 바로 접니다. 이번엔 홀로 검술 스승을 찾아 떠나다가 산속에서 늑대 떼에게 봉변당할 뻔했는데요, 그때 번개처럼 나타나 늑대들을 쓸어버린 사나이, 지금 옆에 앉아 있는 호피 형님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