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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위크는 홍콩영화의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 2025.11.11 | 3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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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위크는 홍콩영화의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영웅본색>에서 <라스트 댄스>까지 — 샘 호, 조이스 양 두 평론가가 들려주는 홍콩영화의 현재진행형
글: 배동미(씨네21) 사진: 최성열(씨네21) ![]() 홍콩영화 팬들이 지난 10월 중순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를 찾았다. 홍콩 누아르의 상징인 <영웅본색>(1986)과 함께 그 원조인 <영웅본색>(1967) 4K 복원판이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되었기 때문이다. 소싯적 홍콩영화를 즐겨본 이라면 놓치고 싶지 않은 '감성여정 - 국경을 넘나드는 홍콩영화' 기획전은 ‘홍콩위크 2025@서울’의 일환으로, 한국영상자료원과 홍콩영화보관소가 공동 기획하고, 홍콩특별행정구 정부 문화체육처가 후원하며 개최되었다. 기획전을 위해 홍콩영화 학자이자 영화평론가인 샘 호와 조이스 양이 내한해, 영화를 보러 온 관객에게 홍콩영화의 역사는 물론 한·홍합작영화에 대한 설명까지 덧대어주었다. 샘 호 평론가의 소개말로 <순간은 영원히>가 스크린에 영사되고, 조이스 양 평론가의 <장렬 509 대전차대> 안내가 시작되기 전 시간을 내어 두 사람을 만났다. 두 평론가에게 홍콩영화의 역사와 지금에 관해 물었다. ![]() 언제부터 홍콩영화계에서 활동하셨고, 홍콩영화의 어떤 시기나 사조, 장르에 주목하고 비평의 뿌리로 삼고 있는지 소개를 부탁드린다. 샘 호 | 홍콩에서 태어나 1970년대 미국으로 유학을 가 대학에서 영화 공부를 했고 1980년대부터 평론가로 활동했다. 미국에 살 때는 휴스턴 미술관에서 아시아 영화에 관한 프로그램 기획도 참여하기도 했다. 1997년 홍콩이 반환 시기에 우연히 홍콩에 머물면서 당시의 공기를 체감했고, 아예 홍콩으로 돌아와 홍콩영화제에서 일했다. 그런 다음 홍콩영화보관소에서 일하며 옛 홍콩영화들을 많이 보면서 홍콩영화에 깊이 빠졌다. 사실 유년기에 홍콩에 살면서도 홍콩영화를 많이 보지 않았다. 대신 미국영화나 유럽영화들을 주로 보았다. 옛 홍콩영화는 당시 관객에게도 관심을 많이 받지는 못했던 게 사실이다. 성인이 된 다음에야 홍콩영화가 이렇게 훌륭하다는 걸 깨달았고, 내 어린 시절을 다시 찾았다고 느꼈다. 홍콩영화보관소에서 일하면서부터는 평론가로서 현대 영화들을 평하는 일에 흥미를 잃었고, 옛 홍콩영화에 깊게 빠졌다. 홍콩영화 역사를 연구하면서, 중국의 역사와 홍콩의 역사까지도 깊이 알게 되었다는 생각하는데, 여러모로 홍콩영화를 만난 건 정말 소중한 기회였다. 조이스 양 | 2008년부터 영화평론가로 활동하면서 아시아 영화와 홍콩영화를 집중적으로 평론 무대로 삼았다. 프로그램 기획과 영화 연구를 주로 했고, 최근에는 1980~1990년대 영화제작자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책을 펴냈다. 그 시기 영화들, 이를테면 왕가위, 서극 감독의 영화들과 <무간도> 시리즈와 같은 작품들은 홍콩영화사 전체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당시 액션, 코미디, 배우에 관한 비하인드가 정말 많다. 당시 활약한 제작자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정리하니 책이 되었다. 샘 호 평론가는 ‘옛 홍콩영화’를 사랑한다고 밝혔는데, 특별히 주목하는 과거 시기는 언제인가. 샘 호 | 1950~1960년대 홍콩영화들을 각별히 주목해 왔다. 1930~40년대 영화들은 거의 남아있지 않아 접하지 못하다가 최근 들어서야 홍콩영화보관소가 그 시기 영화를 찾으면서 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1937년 개봉했던 <여성의 광>(女性之光, The Light of Women)이란 작품을 보면 그 시대 여성이 겪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서양에 영향을 받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여성의 권리는 무엇인가에 관해 사유하는 너무나 감동적인 작품이다. ![]() 홍콩위크를 계기로 내한해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에서 홍콩영화들을 소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작품은 어떤 의미를 지닌 작품들인가. 조이스 양 | 이번에 공개된 작품 중 가장 추천하고 싶은 영화는 1967년 개봉한 <영웅본색>(용강 연출)이다. 주윤발 주연의 1986년 작 <영웅본색>(오우삼 연출)에 익숙한 관객은 60년대 만들어진 <영웅본색>을 이번에 처음 들어봤을 것이다. 나 역시 1967년 버전은 홍콩영화보관소를 통해서 알게 됐다. 물론 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은 굉장히 뛰어난 작품이지만 그 같은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1950~1960년대 영화인들의 노력이 선행했다. 예를 들면 용강 감독은 <영웅본색>을 포함해 많은 작품을 연출하면서 일관되게 홍콩 사회에 관한 이야기를 펼쳤다. 그가 만든 캐릭터는 <영웅본색>에만 국한되지 않고 많으며, 향후 홍콩영화 속 캐릭터들에 영감을 주고 영향을 끼쳤다. 홍콩위크는 홍콩의 역사와 홍콩영화의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순간은 영원히>, <장렬 509 대전차대>는 국경을 넘어서 합작이 시도된 작품이다.(<순간은 영원히>는 한국의 정창화 감독이 연출하고, 남궁원, 김혜정 등 한국 배우들이 출연한 한·홍 합작영화다. 이 작품을 계기로 정창화 감독은 홍콩의 쇼브라더스에 영입되었다. <장렬 509 대전차대>는 한국배우 신영균과 홍콩배우 정형이 출연한다. 역시 한·홍 합작영화다. -편집자) 연결이 곧 창작의 시작이다. 홍콩위크를 계기로 관객들도 동아시아 영화 사이의 협업을 알 수 있으면 하고, 홍콩영화보관소와 한국영상자료원의 협력이 활발해져 연구의 기회가 열렸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홍콩위크에서 상영하는 작품 중 1967년에 개봉한 <영웅본색>을 가장 추천하고 싶다. 샘 호 | 비슷한 입장이다. 다만, 조이스 양 평론가가 용강 감독의 <영웅본색>을 먼저 추천했으니 나는 그 영화와 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 모두 관람하길 추천한다. (웃음) 두 영화를 함께 보면 시대의 변화까지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두 작품은 동일한 홍콩영화계에서 나온 작품이지만, 시대에 따라 어떻게 다른 미학을 추구했는지, 또 영화가 품고 있는 역사는 어떻게 다른지 비교할 수 있다. <순간은 영원히>, <장렬 509 대전차대>는 한국 정부와 홍콩 영화 산업 간 협력을 엿볼 수 있어 중요한 작품으로 언급하고 싶다. 영화 제작을 위해 한국 정부로부터 실제 전차를 제공받는 등 홍콩 영화 산업에서는 매우 예외적인 일이 당시에 벌어졌다. 두 작품은 서구에 의해 규정되는 분류되고 규정되는 영화계에서 아시아 내에서만 교류되는 무언가를 보여주고 있어 의미가 크다. 또한 호금전의 <충렬도>는 한국을 로케이션으로 활용하고 있어 흥미롭다. ![]() * <영웅본색>(1967, 용강) 새로운 홍콩영화들, 1967년 작 <영웅본색>과 이어지다현대 홍콩영화들의 경향도 짚어보자. 2023년 홍콩영화 <독설 변호사>가 역대 박스오피스 1위 기록을 세운 뒤, 2024년 <라스트 댄스>가 그 기록을 깼다. 홍콩영화가 역동성을 되찾은 걸까, 소수의 작품만 성공을 거둔 것인가. 샘 호 | 알다시피 홍콩영화는 1990년대 이후 하락세다. 이는 역사에 있어서 정상적인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홍콩영화의 관객은 홍콩의 인구보다도 많았다. 홍콩을 넘어 아시아, 특히 일본과 한국 관객들이 홍콩영화를 즐겼고, 심지어 유럽과 미국 관객들도 많았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1990년대 이후에는 비홍콩 관객 수는 줄었다. 홍콩영화계는 이런 변화에 아직도 적응해나가는 중이다. 코로나 이후에도 하락하는 추세는 크게 바뀌지 않았으나, 한두편의 영화가 뜨는 현상이 벌어지곤 했다. 언급한 작품들은 그런 특별한 사례다. 조이스 양 | <구룡성채: 무법지대>, <라스트 댄스>가 지금 제일 인기 많은 홍콩영화다. <구룡성채: 무법지대>는 무술 설계, 업계 내 협력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보여준 작품이다.(<구룡성채: 무법지대>는 많은 인구가 밀집해 살았던, 무허가인데다 무리하게 증축된 건물 ‘구룡성채’를 주요 무대로 삼는다. 맥 국강 미술감독은 1993년 철거된 구룡성채를 영화 속에서 복원시키기 위해 폭 8m, 높이 8m의 세트장을 세워 공간 이미지를 만들어냈고, 액션 장면에 따라 세트장을 이동시키며 효율성을 높였다. -편집자) 왜 지금은 홍콩, 그리고 중화권 영화계에서는 1980~1990년대와 같은 규모 있고 훌륭한 작품을 만들지 못하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홍콩영화가 어떤 미학을 바탕으로 하는지가 더욱 중요한 관점이다. 아울러 문화의 변화도 특기할 만하다. 지금 전세계 관객이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는 일회용 엔터테인먼트가 아니고, 영화 관객은 작품을 보고 난 다음 이뤄지는 토론과 문화적인 해석 과정을 중요시한다. <라스트 댄스>는 한국영화와 이 부분에서 공통적인 시사점이 있다. 한국 영화감독의 작품인 <어쩔수가없다>, <미키17>는 여성의 인권, 노동자의 고통, 중년 실업자 등의 이야기를 다룬다. <라스트 댄스>도 여성, 일, 가족과 같은 주제를 그린다. 결론적으로는 지금의 홍콩영화는 한국영화처럼 스토리를 새롭게 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샘 호 | 코로나 전에도 새로운 흐름은 나타나고 있었다. 1990년대가 지나면서 홍콩영화 시장이 줄어들면서 비현실적인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그래서 심플한 스타일이 선호되었다. 나는 이를 ‘순박한 영화’라고 부르고 싶은데, 리얼리즘 사조 중에 하나로 분류할 수 있다. 현대의 순박한 영화들은 과거 리얼리즘과는 다르다. 과거 영화들이 사회 내 불공평한 현상을 다루면서 분노가 넘치고 감정적이었다면, 지금의 리얼리즘 영화들은 감정이 끓어 넘치지 않고 잔잔하다. 이 영화들은 그저 관객이 캐릭터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홍콩 누아르 속 주윤발 배우의 표정연기와 액션연기는 격정적이었다면, 지금의 영화는 그렇지 않다. 이런 변화는 홍콩의 새로운 감독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젊은 감독들은 영화를 전공으로서 공부했고 특히 전세계에서 만들어지는 예술영화를 많이 보았다. 이들은 함축적이고 넘치지 않고 세련된 영화를 좋아한다. ![]() * (왼쪽부터) <연소일기>(2023), <현대 모성에 관한 몽타주>(2024) 스틸 ⓒ왓챠피디아 주류였던 액션 영화의 인기는 사그라들고, 리얼리즘 계열의 영화가 많아진 걸로 안다. 특히 젊은 영화인들에 의해서 <연소일기>, <인 브로드 데이라이트>, <현대 모성에 관한 몽타주> 등과 같은 새로운 결의 영화가 만들어졌는데, 비평가의 눈에는 이런 흐름이 어떻게 비치나. 샘 호 |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일반 사람의 문제나 홍콩인들의 삶을 잘 보여주고 있고, 한편으론 윗세대에 대한 불만도 포착한다. 지금 홍콩의 젊은 세대는 윗세대에게 박탈감을 느끼고 불만이 있는데, <연소일기> 속에는 아버지를 향한 불만이 드러난다. 언급한 <인 브로드 데이라이트>는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는 작품이고, 사회복지사의 심리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최근의 작품들이 보여주는 주제 의식은 사실 1960년대 <영웅본색>과도 연결점이 있다. <인 브로드 데이라이트>는 사회복지사의 심리를 다루고 있는데, <영웅본색>에도 출소자가 사회에 맞닥뜨려 어려움을 겪을 때, 정부가 이들을 사회 구성원으로서 잘 도와야한다는 메시지가 숨어있다. 또한 <인 브로드 데이라이트>에도 노인과 장애인이 불공평한 대우를 받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정부와 사회가 이들을 더 보호해달라는 메시지가 담긴 것인데, 이 역시 1960년대 영화들도 다룬 얘기다. 그래서 시간을 초월하여 두 작품 사이에 공통점과 함께 변화상까지도 눈에 들어온다. 조이스 양 | 학자로서 나는 이 세 영화를 홍콩의 새로운 장르로 정리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하지만 1980년대 트렌드를 이끌었던 영화들의 숫자와 비교하면 지금의 영화 제작 편수는 극명하게 적다. 그땐 한해에 200편 정도 개봉했다면, 지금은 50편 수준이다. 언급한 세 영화도 감독의 첫 장편영화 아니면 두 번째 장편영화다. 그마저도 사실 정부기금으로 제작되고 있다. 홍콩영화계엔 감독의 역량은 첫 영화로는 판단할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정부 예산을 넘어선 더 규모 있는 영화를 시도할 수 있는 산업 내 기회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홍콩 내에 이런 결의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도 꽤 많지만, <영웅본색> 관객 수만큼은 되지 못하며 젊은 감독들은 넷플릭스와 같은 매체 환경 변화와도 싸워야 한다. 다만, 기쁜 소식은 언급한 홍콩의 신진 감독들이 지금은 새로운 장편영화를 시도하는 중이란 사실이다. 나 역시 이들의 다음 작품을 많이 기대하고 있다. 동아시아의 훌륭한 이야기꾼, 사색적인 예술가들![]() * <퀴어파노라마>(2025) 스틸 ⓒ왓챠피디아 주목하는 현대 홍콩영화 연출자가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린다. 조이스 양 | 준 리 감독을 한국 관객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의 최근작 <퀴어파노라마>는 동성 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하지만, 그를 넘어선 동시대적인 주제를 품고 있다. 준 리 감독의 영화는 인물 간 친밀한 순간들을 솔직한 대화를 통해 그리며, 이를 통해 사람들이 잘 표현하지 않는 생각과 감정도 자연스레 드러난다. <퀴어파노라마>는 소규모 독립영화가 지닐 수 있는 자유로움과 깊이를 구현해 낸 작품이다. 관객에 따라 이 영화를 완전히 동의하지는 못할 수 있겠지만, 현대 사회를 반영하는 부유하는 존재가 느끼는 파편적인 감각만큼은 깊이 공감할 것이다. 샘 호 | 특히 여성 문제 등 사회적 이슈를 효과적으로 포착하는 올리버 찬 감독과 가족이나 이민자 등 현대 사회의 문제를 섬세하고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샤샤 척 감독, 완성도 높은 장르 영화를 만든 정바오루이 감독, 홍콩 도시 생활을 세심하게 그려내는 노리스 웡 감독, 젊은 세대의 감성과 리듬을 생생하게 포착하는 아담 웡 감독, 형식과 내용 모두에서 야심에 찬 표현력을 지닌 훌륭한 이야기꾼인 옹자광 감독을 추천하고 싶다. ![]() * (왼쪽부터) <자산어보>(2019), <워낭소리>(2008) 스틸 한국영화를 바라보는 아시아 비평가의 시선도 궁금하다. 비평가로서 시대를 막론하고 가장 인상적으로 본 한국영화는 어떤 작품이고 어떤 감독에 주목하는지 들려달라. 샘 호 | 시각적으로 아주 매혹적이고 사색적인 <자산어보>는 유교적 이상과 타락한 유교의 대립이라는 대부분의 동아시아 국가에 통용될 주제를 품고 있다. 최근 작품은 아니지만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그린 감동적인 초상화라고 생각한다. 최근작 중에서는 한국적 감성이 담긴 재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현대 한국 사회의 종교적, 초자연적 요소를 훌륭히 결합한 <검은 수녀들>, 중국과의 역사적 연관성을 가진 시대극 <하얼빈>을 좋아한다. 연출자들을 꼽자면, <자유부인>을 통해 멜로드라마의 감정적 깊이를 인상적으로 표현한 한형모 감독, <장희빈> 등 초기 사극에서 보여준 뛰어난 미장센을 보여준 정창화 감독, 장르 영화 속에서 탁월한 심리 묘사를 보여준 김기영 감독,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풀어내는 이창동 감독, 현대 사회의 조건을 강렬하게 묘사하는 봉준호 감독을 주의 깊게 보았다. 조이스 양 | 단연 이창동 감독이다. 2023년 홍콩에서 이창동 감독의 회고전이 열렸을 때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강연한 기억도 특별하게 남아있다. 이창동 감독은 언어와 영상, 그리고 인간 내면의 정신세계를 하나로 융합하는 예술적 절정에 도달한 연출자다. 그리고 그 예술성의 밑바탕에는 삶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이 깔려 있다. 그의 영화를 본다는 건 마치 성스러운 다중 공간에 들어서는 것과 같다. 그 곳에선 인간 존재에 대한 메아리가 서로 반향을 일으킨다. 그리고 인간이 겪는 고통 속에서도 성스러운 순간들이 반드시 솟아오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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