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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감각하라!: 뉴 프렌치 익스트리미티의 쾌락과 불쾌, 그 이후
기간: 2025.08.19.화 ~ 09.03.수
장소: 시네마테크KOFA 2관※ 본 프로그램에는 신체 훼손, 고문, 성폭력 등의 강한 표현이 포함된 작품이 다수 상영됩니다. 관람에 앞서 감정적·신체적 충격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오니, 관객 여러분의 신중한 관람을 부탁드립니다.
몇몇 프랑스 영화가 신체를 다루는 방식은 불쾌하다. 이 불쾌함은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육체, 윤리, 나아가 주체의 경계를 자각하게 만든다. 고통스럽지만 결국 다시 극장에 앉게 되는 이 감각은 영화 매체의 초창기부터 존재해왔으나,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프랑스 사회의 혼란과 감정적 긴장 속에서 보다 노골적이고 급진적인 형태로 분출되었다. 당시 프랑스 영화계에는 고문, 신체 훼손, 성을 포함한 폭력을 전면화한 작품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했고, 비평가 제임스 콴트는 이 흐름을 ‘뉴 프렌치 익스트리미티(New French Extremity)’라 명명했다. 이 영화들은 해체되는 신체와 고통받는 인물들을 응시하게 만들며, 감각의 마비와 각성 사이에 관객을 머물게 한다. 누군가는 이 경험에 열광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극장을 뛰쳐나갔다.
이번 기획전은 이러한 흐름의 시작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느슨한 궤적을 따라 구성되었다. 단일한 경향으로 정리되기보다는, 감정과 미학, 시대 인식의 변화 속에서 반복적으로 방향을 틀고 충돌하며 균열을 드러내는 지점들에 주목한다. 상영작은 대체로 두 시기로 나뉜다.
‘첫 번째 흐름: 신체와 폭력, 욕망의 전면화’ 1998년 <음지(Sombre)>부터 2008년 <마터스>까지의 영화들로, 신체와 폭력, 욕망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이 포함된다. <트러블 에브리 데이>와 <인 마이 스킨>은 육체 내부의 감각을 집요하게 탐색하고, <돌이킬 수 없는>과 <엑스텐션>은 불가항력적인 폭력과 공포를 시공간의 비틀림 속에서 재구성한다. 이 시기의 영화들은 단순한 충격을 넘어서 고통을 감각화하며, 때로는 종교적 체험의 층위까지 환기시킨다.
‘두 번째 흐름: 전이되는 불쾌함의 감각’은 2010년대 이후의 작품들이다. 더 이상 피범벅의 육체나 성별 이분법에만 머물지 않는다. <에볼루션>은 생식과 정체성, 신체 재현의 질서를 교란하는 SF이다. <칼+심장>은 장르 문법을 교란하며, 퀴어 정체성과 슬픔, 욕망의 감각을 에로틱하고 환상적인 방식으로 탐색한다. <티탄>은 육체적 폭력과 감정의 결핍을 교차시키며 정체성의 경계를 뒤흔들고, <라스트 썸머>는 금지된 욕망과 감정적 권력을 통해 관계의 파국을 응시한다. 익스트리미티의 양식은 느슨해졌지만, 불쾌함의 감각은 여전히 다른 형태로 진동한다.
거칠게 시기로 나누어 설명했지만, 작품 간의 흐름은 정돈되지 않는다. 감각의 파형은 고르지 않고, 불협화음이 때때로 더욱 선명하다. 이번 기획전은 어떤 경향을 정의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그 틈과 균열에 귀 기울이는 자리에 가깝다. 지금 이 영화들이 우리에게 건네는 감각은 무엇인가. 감정의 피로가 짙어지고, 타자에 대한 상상력이 닫혀가는 지금, 이 불쾌한 이미지들은 어떤 윤리와 감각을 요구하는가.
기획전을 구성하는 일 역시 그 경계를 시험하는 과정이었다. 특정 작품의 상영이 가능한가, 섭외 실패에 따른 재구성이 흐름을 해치지는 않는가. 끊임없이 조정하고 다시 배열했지만, 이 영화들이 품고 있는 불협의 감각, 그 불편한 진동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믿음으로 기획을 이어갔다. 정제된 서사, 평탄한 감정, 안전한 이미지에 익숙해진 오늘의 감각에 이 영화들이 작지만 예리한 틈을 낼 수 있다면, 그로 충분하다.
이번 기획전은 하나의 결론을 내리기보다, 불편함을 견디며 감각의 경계에서 질문을 던지는 일에 가깝다. 그 질문에 관객과 함께 다가가보고자, 두 차례의 강연과 두 번의 대담을 마련했다.
부대행사
▶기획전 소개
일시: 8월 19일(화) 15:30 <솜브르> 상영 전 박세호 프로그래머
▶강연
일 시: 8월 23일(토) 15:30 <티탄> 상영 후
강연자: 조혜영 평론가
강연명: 피, 살, 쇠의 친밀성: 육체, 폭력, 트랜스
일 시: 8월 30일(토) 12:00 <엑스텐션> 상영 후
강연자: 김봉석 평론가
강연명: 뉴 프렌치 익스트리미티(New French Extremity): 세상의 불안, 육체의 파괴, 장르의 변이
▶대담
일시: 8월 19일(화) 18:30 <인 마이 스킨> 상영 후 유은정 감독 x 박동수 평론가
일시: 8월 30일(토) 16:00 <칼 + 심장> 상영 후 김경묵 감독 x 이동윤 평론가
후원: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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