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리얼하면 따분하고, 너무 스타일리시하면 믿을 수가 없다”(자크 오디아르)

 오늘날 프랑스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한 사람인 자크 오디아르 감독은 장르영화와 사실주의적 색채가 섞인 이질적인 영화를 만들어 왔다. 이질적이라는 말이 품고 있듯 두 요소는 충돌하기도 맞물리기도 하며 그만의 세계를 구축한다. 
 오디아르가 즐겨 활용하는 장르는 누아르로 주인공들은 모호한 도덕성을 지니고 있으며 영화 속엔 늘 범죄사건이 발생한다. 연출 또한 표현주의적 성향이 드러나 누아르로써의 조건이 충족된다. 누아르 뿐 아니라 로맨스부터 최근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프랑스 감독 중 드물게 서부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장르 영화를 활용해 재미와 몰입을 높였다면, 사회 문제를 영화에 직접 반영해 이질성을 만들어 낸다. 대표적으로 <러스트 앤 본>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고, <예언자>는 사르코지 정권이 강력한 이민 정책을 추진할 때 개봉하였다. <디판>에서는 유럽 사회가 품고 있는 난민과 망명 이슈를 직접적으로 다룬다. 캐릭터들 또한 오디아르가 인터뷰에서 말했듯 백인 중산층을 다루는 데 관심이 없다. 신체적·정신적 결핍이 있거나 범죄, 불법체류로 사회 주변부에 머무르는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삼는다.(특징적으로 그들은 혈연관계에서 벗어나 상징적 관계를 맺으며 성장하고, 결핍은 몸을 통해 가시화 된다.) 사회 주변부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동시에 장르 영화의 오락성을 활용하고, 결말에 다다르면 약간의 낙관적 전망을 제시해 그만의 영화적 세계를 완성한다. 스타일적 측면에서도 클로즈업, 트레킹 샷 등을 활용해 피사체와 관객 사이의 정보 격차를 발생시키고 인위적인 조명과 환상적 샷을 섞어 이질성을 만들어 낸다. 

이번 자크 오디아르 특별전은 그의 데뷔작인 <그들이 어떻게 추락하는지 보라>부터 <시스터스 브라더스>까지 총 8편을 상영한다. 너무 따분하지도, 스타일리시하지도 않은 그의 영화적 세계를 경험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 <디판> 1편을 제외하곤 모든 작품의 음악감독을 알렉상드르 데스플라가 맡았다. 

자크 오디아르(Jacques Audiard, 1952.4.30.~ )
 자크 오디아르는 소르본 대학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로만 폴란스키 감독 밑에서 조감독으로 일했다. 그는 아버지 마이클 오디아르처럼 시나리오 작가로 일하며 많은 작품을 썼고 몇 편의 단편 영화를 연출하기도 했다. 1994년 <그들이 어떻게 추락하는지 보라>로 데뷔하였다. 1996년 <위선적 영웅>으로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고, 2001년 <내 마음을 읽어봐>를 통해 세자르 영화제에서 3개 부문을 수상하였다. 2005년 <핑거스>를 리메이크한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으로 베니스 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하며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렸고 2009년 <예언자>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2015년 <디판>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였다. 2018년 미국으로 건너가 <시스터스 브라더스>를 연출했고 최근 2021년 <파리, 13구역>로 다시 칸을 찾았다.

※ 참고 1. 이송이(2016), 창조된 정체성: 이민서사로 본 자크 오디아르, 프랑스문화연구(43), 355-375.
          2. 이선우(2019), 자크 오디아르의 <러스트 앤 본>에 나타난 몸과 권력의 관계, 영화연구(82), 309-334.